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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그녀를 본 사람은 거의 없다. 그녀를 찾기도 쉽지 않은데 내가 그녀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던것같다. 그녀는 P시에 산다. 나 역시 P시에 산다. 하지만 그녀와 내가 사는 곳은 이니셜만 같을뿐 서로 멀기만 하다. 그녀는 나와 키가 같다. 내가 남자로 작은 키인지 그녀가 큰 키의 여자인지는 모르지만 그래서 그녀와 나는 공통점이 조금은 있다.
그날은 비가 많이 왔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그녀를 만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비는 많이 왔고 난 먼 거리를 단숨에 달려가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그녀를 보고 싶어했고 그녀도 나를 보고 싶어했으니 다른 이유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술을 잘 마시는 것 같았다. 나보다 훨씬 많은 술을 마시면서도 취한 것 같지 않았고 나는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 속도로 겨우 보조를 맞추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녀의 아픈 상처들과 나의 힘든 이야기들이 서로를 어루만지는 가운데 그녀와 나는 많은 교감을 할 수 있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만큼 그녀의 아픔은 크게 느껴졌고 대행비도 없이 그녀와 마시는 술만큼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시박에서는 사랑을 논하지 말라고 했다. 많은 글을 읽어보고 직간접 경험한 결과 나의 생각도 얼추 비슷하다. 밖에서도 쉽지 않은 사랑이 시박에서 이루어지기는 더 어려울 것이고 그래서 아직 시박내에 결혼한 커플이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도 아직 확실히 알지 못한다. 내가 그녀를 사랑했는지 혹은 그녀가 나를 사랑했는지 모른다. 확실한 것은 적어도 만나는 순간은 난 그녀만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녀도 그 순간은 나만 생각해주었기를 바란다.

그녀와 헤어지는 순간까지 비는 계속 내렸다.
글을 쓰는 이 순간도 비가 내린다면 더 좋을텐데 아쉽게도 지금은 비가 내리지 않는다.
단 한번을 만났지만 만나기 전까지 수많은 대화들과 만난 후 약간의 오해때문에 연락이 끊어진 잠시를 제외하면 그녀와 많은 대화를 했다.
이제 그녀와는 거의 연락하지 않는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난 지금 새삼스럽게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그녀에게 해준 것이 너무 없기 때문이다.
사랑이라 생각해서 대행비를 줄 생각도 못하고 헤어지면서 말 그대로의 차비만 주어야 했던 내 없음이 미안하고 그런 나를 넉넉하게 보듬어주던 그녀의 마음이 너무도 곱고 고마운데 지금도 내가 그녀에게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없는 시간을 쪼개어 이렇게 그녀를 위한 글을 남긴다.
잘 쓰지는 못하지만 나의 마음이 그녀에게 전달이 됐으면 좋겠다.
그녀를 다시 볼 수는 없겠지만 봄마다 목련을 볼때면 난 그녀를 떠올릴 것이고 비가 오는 날이면 역시 그녀를 생각하며 소주를 마실지도 모른다. 그녀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언제까지라도 그녀를 생각하겠다는 나의 마음외엔 없는 것이 지금도 안타깝기만 하다.
긴 머리에 커다란 눈이 어울리던 그녀, 목이 길어 목련같은 느낌을 주던 슬픈 기억속의 그녀가 이제는 모든 괴로움을 끊고 시박도 떠난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