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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게 될 흔적님은...

이 친구 참 어려운 친구입니다. 다른 분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여 졌을지 모르지만 제가 겪어본 
시박의 어느 여자분들 보다 가장 인상적이고 바른 친구였죠.
황제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흔적님을 돕고 싶었지만 도울 수가 없었습니다.
무엇이 그토록 부담이 되었는지, 아니면 제가 어떤 사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제겐 기회를 
주지 않더군요. 완강한 거절에 오히려 내가 수많은 말로 이해와 설득을 해봤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이유는 도움을 받는 다는 것이 습관이 되면 더 힘들어진 다는 것과
갚을 처지가 못 되면서 얼굴도 모르는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손을 벌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언제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내게 가장 먼저 연락하고 부탁해도 좋다고 말했는데
내 당부가 무색하리 만큼 그렇게 홀연히 떠난게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남에게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남을 도울 수 없다고 얘기했을 때 이유 없이 남에게 도움을 받지 않아도 남을 도울 수 있다 듯 동광원 기부에 번번이 참여했던 흔적,

이곳 시박에서 황제회원이 어떤 조건이나 이유 없이 경제적 도움을 주겠다고 했을 때 이를
거부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이를 거부하는 사람보다는 한번 도움을 받고 재탕을
요구하는 사람이 더 많을 거란 생각, 시박을 겪어 본 사람이라면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겁니다. 
가끔 말이 거칠어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을지언정 참 올곧고 바른 친군데..

몸이 성하지 못해 몸이라도 추스렸으면 싶었는데 내가 편한 만큼 우리엄마는 고통을 가지고 살 수 
밖에 없다던 흔적님과의 대화가 눈에 아른거립니다. 왜 그렇게 힘들게 살게 됐느냐고 물었을 때 
누군가에게 자기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괴로운 순간을 다시 되씹게 하는 건 매우 잔인한 일이라며 
끝내 무거운 입을 열지 않았던 흔적님과의 대화가 잊혀지질 않네요.
마지막 까지 멀리 있는 엄마를 걱정했을 흔적님을 생각하면..가슴이 미어집니다.

황제 클럽에 올려놓은 대표님의 말을 잠시 빌어봅니다.
죽을힘을 다해 살되 죽으려하는 나약함은 보이지 말라했거늘...
윤지님, 정말 많은 흔적을 남겨놓고 떠나네요.
윤지님, 편히 잠드시길 바랍니다.

-흉부외과 닥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