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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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도 좀 끝났고, 성과급도 나와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지니까
박물관으로 자연 오게 되더군요.
그녀의 나이 26이라고 했습니다. 외모보다는 성격이 좋다고,
처음만날 때 드는 어색함 절대 없을 거라고. 별 기대 없이 만났는데,
기대를 안 해서 그런가, 나름 괜찮았습니다.
키는... 음.. 한 168 정도 되는 늘씬한 체구..
다시 복학을 했고, 다른 친구들처럼 영어 공부하면서 진로 모색 중이라고 했습니다.
처음부터 그럴려고 한 건 아닌데,
저도 그녀가 마음에 들었고, 그녀도 싫은 눈치는 아니었습니다.
'단기' 만남이 '장기' 만남으로 진척되는가 싶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녀와 만난 건 2번, 겨우 2번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녀 얼마 안 있다가 생일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오 그러냐고. 제 주머니 사정이야 뻔해서 조금은 긴장했습니다.
귀걸이를 갖고 싶다고 하길래, 까짓 얼마나 하려고 하면서
천호동 현대백화점을 데리고 갔습니다.
스와로브스키, 디즈니를 거쳐 제이에스티나로 갑니다.
어우, 귀걸이도 만만이 볼 것 아니었습니다.
왠만한 건 전부 10만원 대가 넘더군요.
스와로브스키가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하면서 예쁜 물건들이 많았는데,
그녀는 처음부터 제이에스티나로 정한 것 같았습니다.
자기는 김연아의 팬이라나.
처음에는 귀걸이를 슬슬 고르더니,
나중엔 세트로 단위를 높이더군요.
가격을 봤더니 헉, 60만원 대가 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지갑에 남았을 돈들을 본능적으로 계산하기 시작했습니다.
거울을 보면서 귀걸이를 끼던 그녀는
그러나 별로 좋아하는 내색도 없었습니다. 의아했지만,
그냥 넘겼지요. 다른 것도 더 보겠다며, 이것저것 골라봅니다.
"오빠 이거."

정말로 60만원대를 고를줄은 몰랐습니다.
그렇다고 카드를 긁을 수는 없었습니다. 흔적이 남으니까요.
그래서 현금을 탈탈 털어 결제했습니다.
얼마 후,
그녀를 봤습니다.
같은 백화점, 같은 상점에서.
먼 발치서 뭐하나 구경을 했습니다.
다른 남자와 함께 제가 사준 물건을 고르고 있더군요.
그 남자도 저처럼 현금으로 결제하였습니다.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와 그가 지나간 후,
쇼핑하느라 정신없는 와이프를 놔두고
점원에게 다가가 물어봤습니다.
방금 지나간 사람 자주 오냐고.
그녀는 그렇다고 했습니다.
혹시 반품 같은 건 하지 않냐고 물어봤습니다.
점원이 절 이상하게 쳐다보기에 질문은 그만뒀습니다.
확인하진 못했지만, 찝찝함은 오래 가더군요.
대행을 통해 '메타 재테크'라도 하는 것인지.
씁쓸하기도 하더군요. 더 좋은 분 만나서
더 좋은 상품을 접근할 것이지, 겨우 나 같은 월급쟁이를 만나 겨우 수십만원짜리를 노릴 건 뭐람...
댓글목록

님의 댓글
***** 작성일짝패를 보는 듯 ^^

님의 댓글
***** 작성일
에고고....^^

곰곰이님의 댓글
*** 작성일제이에스티나는 대딩때 잠깐 했는데. 근데 스와로브스키도 비싸요. 장난아닌데.. 모양에따라서-ㅅ-;

님의 댓글
***** 작성일
만난지 얼마 안됐는데 생일? 만나는 사람마다 생일인가?
민증 봤나요? ㅋㅋ 왠지 씁쓸한...

곰곰이님의 댓글
*** 작성일헐... 이거 사실이예요? 왜 하필 같은 백화점, 같은 매장이지..

님의 댓글
***** 작성일
난 그럼 부산 갈래 부산 좋아 ....
요즘 날씨도 좋고 허님도 보고 잡고 날 잡을까?

님의 댓글
***** 작성일
바보가 아닌이상 이글 볼텐데 그렇게 하겠어요..
다른데 가겠쥐...ㅎㅎㅎ

님의 댓글
***** 작성일그녀와 대행하고 싶네요. 과연 저도 같은 장소, 같은 물건을 고를련지?

님의 댓글
***** 작성일와... 그 분 머리가 굉장히 좋으시네요. ;;

님의 댓글
***** 작성일시박의 여자분들이 보고 배울까 걱정입니다.

님의 댓글
***** 작성일
이래서 사람은 서울에 살아야해!!
부산에는 백화점이 4개뿐이니까..!!
여자분들꼐.. 불리해!!

님의 댓글
***** 작성일매번 다른남자 데리고 같은 매장 방문하는 그분도 민망할거 같아요. 각자 어려움이 있네요 ㅋㅋ

FeelSoGood님의 댓글
********** 작성일몰랐으면 맘이라도 편하겠지만....~~참 씁쓸하네요

님의 댓글
***** 작성일맘에 드셨다면 아까워하지마시구..다음엔 사랑하는 와이프 선물사주세요

님의 댓글
***** 작성일그분 목걸이와 귀걸이 고르는 안목은 있네요..그 당시 행복햇으면 그만잊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