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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후기게시판에 글을 쓰네요..
이런 글을 쓰면 싫어할거 뻔히 알지만, 그래도 내 마음을 털어놓을 곳은 이곳뿐이기에...


날씨가 점점 추워져요. 
2월초가 입춘이라, 가만 생각해 보면 이제 겨울은 겨우 한달 남은건데.
목련 가지 끝에 겨울눈이 달린걸 보면 벌써 봄을 준비하는구나 마음이 설레기도하는데.
왜 이리 나는 이 겨울이 힘이 든건지....



23살에 무사히 공부를 마무리하게 도와준 것도, 
26살에 이가 아파 식사도 잘 하지 못하시는 엄마의 의치를 해주신것도..
나는 당신께 너무나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내가 당신을 좋아한건, 그런 도움 때문이 아니였어요. 


난 당신이 참 좋았어요.
예쁘지도 똑똑하지도 착하지도 않은 나에게 
"예쁜아" 라고 부르며 항상 다정하게 대해주었으니까.
아빠도 없고, 오빠도 없고, 애인도 없는 나에게
당신은 아빠처럼 든든했고, 오빠처럼 다정했고, 애인처럼 따뜻했으니까..
뜨거움이란 전혀 없었던 밋밋한 삶을 살았던 나에게
당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 미국에서의 이야기,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
그 모든 것이 어쩌면 동경의 대상이 되었을 수도 있겠죠,.. 
아니 동경이었을거예요..
당신의 그 남자다움, 호탕함, 그 모든게 좋았어요





언젠가 술을 마시고 나에게 전화했던거 기억나요?
또 술이냐고, 왜 그리 술을 많이 마셨냐고, 싫은 소리 하는 내게
요즘 일이 있다는. 그래서 힘들다는...
단 한번의 그 힘들다는 말이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친구들사이의 어색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에도
당신이 마음 아파하는게 보이는데도...
내가 할 수 있었던건 그저 들어주는 것 뿐이었어요.
나도 당신에게 웃음이 되고 위로가 되고는 싶은데. 할 수 있는게 없어서...
어디서도 편하게 할 수 없을 이야기, 나에게만이라도 털어놓을 수 있도록 내가 잘 들어줘야지. 
할 수 있는게 이런것 뿐이어서 너무너무 미안했어요..


당신은 내가 처음으로 밥을 차려준 남자이기도 하네요..
같이 밥 먹자라는 말에 처음으로 식사다운 식사를 준비했었어요.
처음해보는 된장찌개. 구색이라도 맞춰보려고 만든 반찬들.
숙취에는 그런게 별로라는 생각도 못하고
처음 차린 밥상, 한술도 뜨지 않는 당신이 너무 야속하고 밉기만 했었는데...


그때가 마지막이었어요. 당신을 보는 건.
답장도 없을 안부문자를 보내고.. 가끔 쪽지도 보내보고....
경매 낙찰 받는 걸 뻔히 보면서.
다시는 못보는구나, 머리는 아는데 마음은 자꾸만 당신을 기다려서
한동안 참 바보같았어요.
생활의 버거움에 다시 시간을 파는 글을 올렸지만
마음은 길에 나앉은 강아지가 된것만 같네요..


그냥,, 보고싶네요... 인연이 있다면 또 볼 수 있는거라 생각해요..
항상 몸 건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