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내려 파는 꽃집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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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절필을 결심하고 이곳을 멀리했었는데 오늘 이곳을 다시 찾았습니다.
몰아치는 태풍과 사나운 물살에도 아랑 곳 없던 저에겐 요 며칠 살을 에는 듯한 강추위가 뼈 속을 파고드는 고약한 심술처럼 느껴집니다. 제주 남방의 겨울, 그것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같은 하늘을 이고 살아도 제가 살던 제주와는 어찌 이토록 천양지판 달랐는지요..
오늘은 제주가 그립습니다.
생에 처음으로 크리스마스를 서울에서 보내면서 밀려드는 손님으로 정신없이 바빴습니다.
매일 오늘처럼만 손님이 밀려들면 강남에 빌딩하나는 너끈히 살 것이고 노년엔 내 사랑과
함께 제주의 서귀포가 한눈에 내다보이는 색달동쯤에 수 천 평 녹차 밭이나 가꾸며 살아도 될 것
같습니다.
문득 생각입니다.
이른 아침, 제주다원에 들러 어슴푸레한 창 너머로 초록의 차나무들을 보며 뜨거운 차 한 잔을 마셨던 운치와, 그분의 손을 꼭 잡고 녹차 밭을 거닐던 지난여름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다원의 키 높은 전망대에 올라서서 서쪽의 문섬과 범섬, 남쪽의 가파도까지 훤하게 보인다며 아이처럼 좋아하던 그분과의 기억이 말입니다.
요즘 저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느낌입니다. 처음엔 참 많이 힘들었지요..
산수에 약한 제가 하루 종일 전날 매출을 두둘겨 봐도 숫자가 딱 맞아 떨어지지 않으니..
저는 사실, 그만한 돈을 하루에 벌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분께서 판을 벌여 놓으셨지만 제게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는 다기 보다는 제 스스로 잘 꾸려나가길 바랬었죠.
익숙해진다는 것, 그것은 길들여지는 과정이라 말씀하시며 잘 해나가리라 믿는다 하시니..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제주에서 내게 외로움은 일상이며 허물없는 가장 익숙한 벗이며 늘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이었습니다. 때론 말 할 수 없는 아픔을 겪으면서 내겐 세상이 말하는 죽기에 적합한 기회가 숱하게 주어졌지만 간사하게도 세월에 잊고 망각에 속아 가끔은 미소를 지을 때도 있고, 배가 불러 졸리면 그럭저럭 살만하다고 느낄 때도 있었으니 참으로 보잘 것 없는 나약하고 비루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요즘은 하루하루가 좋아 죽을 만큼 행복합니다.
그분이 보내주신 크리스마스카드에 자꾸 눈길이 갑니다.
세상 전부를 사랑하느라 한 사람을 지극히 사랑할 줄 몰랐다는 이 뻔하고 유치찬란한 거짓말에도 나는 행복합니다.
정신없이 고된 하루 속에도 당신 영원한 나의님을 기다리며 또 이렇게 몇 자 남겨보네요.
모두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되셨길 바랍니다.
댓글목록

님의 댓글
***** 작성일이분은 명품후기를 쓰는 분이네..항상 읽을 때 마다 감동이 막 느껴집니다.

님의 댓글
***** 작성일와..이게 얼마만입니까.... 저 이글의 작성자 님 완전 팬입니다. 광팬!!

님의 댓글
***** 작성일이모션님 이 여자분은 지금 제주도에 없어요..ㅋ

님의 댓글
***** 작성일위에 황제님 상황을 잘 모르시는 듯 하네요...예전 이분 쓰신 글 못 보셨나보네요..ㅎㅎ

님의 댓글
***** 작성일제주에서 님의 가슴에 품엇던 청운의 꿈과 아름다운 로망을 늘 간직하시길 바랍니다...ㅡ.ㅡ;;;

님의 댓글
***** 작성일시박 최고의 커플인듯..그 황제분 이혼까지 했다고 봤는데...이 참에 그냥 안방마님으로 ~

곰곰이님의 댓글
*** 작성일
와..오랜만이네요... 장사잘되시나봐요^ ^
아 무지무지 멋지고..부러운 한 쌍..^^!!

님의 댓글
***** 작성일오랫만입니다^^ 한동안 보이시지 않더니 잘 지내시나봅니다..

흑월신군님의 댓글
**** 작성일
박물관 사무실은 한정거장...이분과는 두정거장;;
잘 지내신다니 다행입니다. R님!

님의 댓글
***** 작성일아..... 웬지 멋지다.............

님의 댓글
***** 작성일세상 전부를 사랑하느라 한 사람을 지극히 사랑할줄 몰랐다.. ㅋ 그래도 말을 참 이쁘게 하시네요 ^^

님의 댓글
***** 작성일이분 글 참 오랫만이네요.. 그 황제분과 롱런하시네요...쭈~욱 이어가시길..부럽네요..쩝